일자리 세대갈등?

나이든 사람은 젊은사람 일자리를 빼았는가

고령층 취업자가 늘어나면 청년층 일자리는 줄어드는 것일까?

“고령층 고용이 늘어나면서 청년층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최근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이 사상 최대라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40대의 취업률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고는 해도, 50대 이상 취업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부에서 이른바 ‘일자리 세대갈등론’을 주장합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겁니다. 

먼저, 고령층이 청년층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생각은 주로 젊은이들의 몫이었습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17년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세대 간 일자리 갈등’ 관련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8%(768명)가 “앞으로 일자리를 두고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대립구도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일자리 경쟁을 바라보는 세대 간 시각차도 매우 뚜렷했습니다. 20·30대청년층과 40·50대중장년층 가운데 우선적으로 일자리가 주어져야 하는 세대가 어느 쪽인지 물었습니다. 2030세대가 먼저라는 의견이 37.6%로 나타났습니다. 4050세대가 먼저라는 의견보다 4% 높게 나타났습니다.

“나이든 사람이 젊은사람 일자리 빼앗는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2030세대에 일자리가 우선적으로 제공되야 한다는 의견이 20대 55.6%, 30대 38.4%, 40대 26.8%, 50대 29.6%로 나타났다. 연령이 높을수록 4050세대에 일자리가 우선적으로 제공되야 한다는 의견은 20대 18.4%, 30대 25.2%, 40대 47.2%, 50대 43.6%였습니다. 결국, 자신이 속한 세대의 일자리 문제가 더 시급하다고 본 것이지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 ‘정년연장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2017년)를 보면, 1980~2016년 사이 전체 취업자 가운데 고령층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청년층 비중은 0.8%포인트 감소했다고 나옵니다.

최근 정부가 정년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조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일자리 세대갈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년이 연장된다면 청년층에게 좋은 일자리가 갈 기회나 예산이 없어질 것이라거나, 청년 일자리 관점에서 보면 퇴직자 수 감소는 분명히 새로운 고용 수요를 줄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청년층과 고령층은 취업 업종부터 다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청년층과 고령층의 취업업종이 다르기 때문에 세대갈등은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년연장과 청년실업의 영향’에 대해 ‘장년층 고용이 청년층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세간의 가설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청년층을 선호하는 업종(청년층 비중이 높은 업종)과 청년층을 기피하는 업종(청년층 비중이 낮은 업종), 두 가지 업종에서 청년층의 상대임금이 낮아지면 청년층을 더욱 많이 채용하려 하기 때문에 결국 임금이 상승, 각 업종에서는 청년층과 장년층의 최적 배합을 선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청년층 선호업종과 기피업종 모두 노동수요에 변함없는 상태에서 청년층 기피업종에서 보다 많은 장년층을 활용한다면? 당연히 전체 청년층 고용은 감소하고, 장년층의 고용은 증가할 겁니다. 이 경우만이 장년층이 청년층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겠지요. 현실은 그런가요? 청년층 기피업종이 많지 않고, 임금부담으로 장년층을 활용하는 기업도 적습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청·장년 세대간 일자리 갈등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다만, “현재는 초입단계일 뿐, 고령화가 더욱 진행되면 심각한 일자리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지만 교수는 “‘27~55세 고용’과 ‘수명 80세 적합 복지 모델’로 인해 조기은퇴와 55~80세의 장기간 고용·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곧 정부의 복지재정 부담으로 이어져 ‘정년 60세 연장’이란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합니다.

현재와 같은 경직된 호봉제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고 정년을 연장할 경우 기업들이 인건비 총액 및 인력 총량 증가의 압박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이 정년연장으로 인한 부담을 덜기 위해 청년 신규 채용을 기피한다면 청·장년 세대간 일자리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결론은, 아직까지 일자리 세대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어쩔 수 없이 정년이 65세 또는 그 이상 상향된다면 젊은이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과연, 이대로 가도 좋은 것일까요?

dealhow

dealhow

작성자 이후: 2019-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