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젊은 남성이었다.
밤이면 술자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취업, 연애 얘기에 바쁜 평범한 사회의 일원이었다.
이 중 대부분은 취업을 앞둔 대학생, 취업에 성공한 회사원들이었다.
그들과의 대화 끝에는 늘 아쉬움이 존재했다.
누군가가 정해준 틀에 박혀 세상의 소리에 의해 움직이는 그들의 삶이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기성세대의 가르침을 따라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을 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배웠다.
친구들과 선/후배 모두가 취업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을 즈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취업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20대가 후반으로 향하기 시작할 때였다.
세상의 소리가 아닌 내 안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그때 결심했다.
나의 꿈과 목표를 소신 있게 세상에 밝힐 수 있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유치원을 운영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나는 아이를 좋아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한 운동 덕에 어떤 운동이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단순히 두 가지 이유로 나는 내 직업을 정했다.
처음 부모님께 어린아이들에게 운동을 지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을 때,
어떻게든 나를 설득해 보려고 하셨다.
힘들게 뒷바라지하며 보낸 성균관대학교 공대를 때려 치고 박봉의 직업을 택하겠다는 자식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 부모님의 마음은 충분히 헤아려진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많은 장애물들이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지금은 덜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은 운동선수 출신이 아니라면 지도자로 성공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인맥도 없었고 경력이 화려하지도 않았다.
대학 졸업은 훗날로 미루어 놓았기에 어찌 보면 내가 말하지 않는 이상 서류상 학력은 고졸이었다.
일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 무급으로 일을 배우며 경험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든 악조건을 끌어안은 채 어린이 운동 지도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마주한 현실은 더욱 처참했다.
아이를 키워본 적도 없는 20대의 어린이 운동 지도자가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지도자가 되기 위한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직업을 택한 지 1년도 채 안 되어 부모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내 자신이 초라해 보이기 시작했다.
지도자 자격증 과정, 학술 세미나 등을 다니며 모자란 내 역량을 채워 보려고 했지만
스펙 만들기에만 급급했던 나머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음을 느꼈다.

그즈음, 어릴 적부터 내가 겪어 왔던 모든 일들을 회상해 보았다.
내게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이 있었다.
비만을 이겨냈고, 왕따를 극복했던 학창 시절과 작은 키지만 늘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나 자신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고 변한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강한 마음이
나의 가장 큰 무기임을 놓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세상의 소리가 아닌 내 안의 소리를 듣고 여기까지 온 내 스스로에게 미안했다.

내 인생은 그 날 이후 180도 달라졌다.
내가 가진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인맥도 없고 스펙이 부족해서 당당하지 못했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다음 두 가지 생각에 초점을 맞춰 자기 계발을 시작했다.
첫째, 부모들이 아이에게 운동을 시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둘째, 어린이 운동 지도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인가?
수십 권의 책을 읽으며 아이 개개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서로 다른 기질의 아이들에게 운동을 지도하며 부모가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만들어낸 코칭 노하우들은 모두 기록했고 상담 및 직원 교육 자료로 활용했다.
이 모든 것들은 부모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내가 어린이 운동 지도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2012년, 그로부터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부모들의 입소문을 통해 상업적인 홍보에 무게를 두지 않았던 솔뫼 스포츠라는 회사는
작은 축구교실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회원들과 직원들은 초라했던 운동 지도자를 한 회사의 CEO로 만들어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해서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나는 아직도 평범한 대한민국 30대 남성이다.
다만, 이제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어린이 운동 전문가로서 성찰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일까?
그동안 나만의 비법으로만 가지고 있던 기록과 노하우들을 공개하고자 결심했다.
어린이 운동 현장에서 아이, 부모와 직접 부딪히며 겪었던 스토리는
어린이 운동 지도자들과 부모들이 원하는 정보일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을 통해 내 아이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어떤 위기와 시련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마음을 지니게 되길 바란다.

저서 「똑똑한 아이보다 단단한 아이로 키워라(2018.9.7., 위닝북스)」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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